연구자: 장복동
이 글은 크게 이름을 떨치거나 많은 저술을 남기지는 않았으나 한시대를 치열하게 살아간 재야의 실천적 지식인 기은(棄隱) 기의헌(奇 義獻)의 삶과 절의정신(節義精神)을 그 시대의 사건과 관련지어 살펴보는 데 목적이 있다. 사실 기의헌은 독자적인 사상이나 철학을 뚜렷하게 파악할 수 있는 저술이나 글이 많지 않지만, 그의 글은 반드시있어야 하고 없어서는 안 되는 것으로 적기 때문에 더욱 귀중한 자료이다. 더욱이 조선이 호란(胡亂)으로 국가 위란(危亂)의 참상을 겪은역사적 격변기에 보여 준 기은의 올곧은 역사의식과 절의 있는 행동으로 볼 때, 실천적 지식인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남긴 저술로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이 글은 기의헌의 소략(疏略)한 글과 행동방식을 동등하게 비중을 둬서 다루는 방법을 취한다.
기의헌은 시대와의 괴리로 인해 비록 출사(出仕)의 기회를 갖지 못했지만, 공적(公的) 관료사회 바깥의 구체적인 일상에서 도학(道學)과절의가 통합된 참 유자(儒者)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는 허무(虛無)의고원(高遠)한 도를 추구하며 세속적 현실과 단절된 삶을 추구했던 도가적(道家的) 은자와는 달리 도의(道義)와 심성(心性)이라는 인륜 세계의 근본원리를 현실주의적 차원에서 구현하려는 유교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했다.
또한 기의헌은 위기지학(爲己之學), 의리학(義理學)으로 특징지어지는 유학의 실천윤리적 특징을 절의정신의 맥락에서 실현하려 노력했다. 그가 은자의 삶을 선택하는 데 시대적, 정치적 상황의 제약과 한계가 작용하였지만, 그 선택은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자기 결단으로이루어진 것이다. 비록 자신의 의지나 이상과는 달리 재야(在野)에서은자로서의 삶을 살았지만, 타인과의 공존(共存)ㆍ공생(共生)을 강조했던 기은의 자기충족적(自己充足的) 삶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자아실현의 지향을 예시(例示)한다.
마지막으로 은봉(隱峯) 안방준(安邦俊)의 「우산문답(牛山問答)」에대한 답하는 형식으로 쓴 「안우산(安牛山) 별지에 답함」에서 드러난진유(眞儒)논쟁, 야은(冶隱) 길재(吉再)의 출처(出處)를 쟁점으로 하는야은의 절의에 대한 논쟁 등은 기의헌과 안방준의 글에 대한 섬세한분석과 역사적으로 이어 온 관련 논의들을 통틀어 집중적인 논의가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키워드: 기은(棄隱) 기의헌(奇義獻), 은자(隱者), 의리학(義理學), 절의정신, 진유(眞儒)